손경이 강사, 아들 손상민 “’피해자다움’ 강요하는 사회…탓하지 말고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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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명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27회 작성일 19-03-12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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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식대로 널 가르치고 있지만 나도 잘못됐을 수 있어”



Q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이라는 제목 때문인지 아들 가진 부모님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것 같아요. 아들 상민 씨는 이 책을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네요. 어땠나요?


손상민 : 오래 전부터 이런 분야의 스피커가 한 명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사람이 사회 문제를 끄집어내고 ‘가정 내에서의 성교육이 어느 정도는 잘못됐다고 인정하자’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머니가 항상 저에게 하신 말씀이 “나도 내 방식대로 널 가르치고 있지만 나도 잘못됐을 수 있어”라는 말이었거든요.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의 성교육보다는 엄마의 성교육이 조금은 더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걸 이미 어머니도 알고 있던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손경이 : 제가 변한 건 솔직히 아들 덕분이에요. 얘가 질문을 많이 했거든요. 저는 그걸 너무 좋아했어요. 질문을 자꾸 하니까 제가 공부해야 하잖아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점점 제가 더 발전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거 있죠. 내가 얘를 이끌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아이에게 맞춘다는 느낌. 덕분에 20대와 대화가 되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유튜브 보면 ‘이렇게 대화가 잘 되는 어른은 처음 봤다’고 하는데, 20대 생각을 그나마 맞춰줄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는 게 행복해요. 부모는 아이를 끌고 가려고 하지만 저는 그게 싫어요. 아이들이 끌려가지도 않겠지만요.



Q 기존 성교육을 돌이켜보면 순결사탕을 주고, 낙태 비디오 보여주면서 책임감을 강요하는 일들이 성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기도 했어요.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것치고는 너무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이었죠.


손경이 : 저도 그랬어요. 초등학교 때는 임신 비디오, 중학교 때는 낙태비디오. 그게 성교육의 전부였어요. 그런 교육을 받은 엄마 아빠가 다시 아이를 가르치는 거죠. 심각한 거예요.


손상민 : 저희 때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안 좋다고 생각했던 게 (성교육이) 너무 생식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신체 기관을 ‘생식 기관’이라고만 치환해버리는 것 자체가 안타까웠어요.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피임에 대해 알려주잖아요. 콘돔이 있고 이걸 사용하면 피임이 된다는 걸 알려주죠. 그런데 아이들이 피임에 대해 이해를 못 해요. 아이들 생각으로는 (성교육 받은 것에 의하면) ‘성관계는 임신하려고 하는 건데, 임신을 왜 막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성관계로 인한 쾌락은 알려주지 않으니까요. 어머니께서는 ‘성관계는 상호합의가 있는 동의된 쾌락이다’라고 말씀해주셨거든요. 자위도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쾌락이고요. 임신과 쾌락을 위한 성관계 중, 인생에 어떤 목적으로 갖는 성관계가 더 많겠어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해시켜주지 않으니 피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피임은 필요 없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문제가 많아진다고 생각했어요.



Q 최근 들어 바뀌어가는 추세지만, 기존 성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손경이 : 아무래도 ‘피해자 예방 교육’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 사람들이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참 이상하죠. 그래서 고민하다 찾은 게 ‘가해자 방지 교육’이에요. 책에도 이 이야기를 했는데요. ‘피해자 예방 교육’을 ‘가해자 방지 교육’으로 바꾼 이후의 효과는 어마어마해요.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고 언어가 바뀌고 (비판의) 화살이 바뀌었어요. 범죄 예방은 더 잘될 수 있고요. 무엇보다 그로 인해 사람이 ‘덜 죽을 수 있게’된 것이 가장 크죠. 이제는 사람들이 피해자의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그게 ‘미투(#Me too) 운동’, ‘위드유(#With you)’, ‘위 체인지(#We Change)’인 것 같아요. 다시 제자리로 돌리는 과정이죠. 이것만 이해되고 설득된다면 사람들은 더 행복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