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N] 아들과 함께 성인용품점 가는 ‘51세기에서 온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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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명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962회 작성일 18-11-0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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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감수성강사 손경이
이해하기 쉬운 성교육 강의로 대중적 인기
시행착오 겪는 초보강사에서 인기강사로
엄마와 아들이 함께 성인용품점에 들르고, 스킨십과 자위에 대해 말한다. 엄마는 아들이 첫 몽정을 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하며 '존중 파티'를 열었다. 사람들은 이들을 ‘51세기에서 온 엄마와 아들’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현 사회 통념과는 다르게 파격적이라는 뜻이다.



관계교육연구소 손경이(49) 소장. 51세기에서 온 엄마이자 17년 베테랑 성교육전문가다. 부모·학생·교사·직장인 등 30만명이 그의 강의를 들었다. 한해 350여건의 폭력예방강의를 한다. 법무부 의정부지청 고양시범죄예방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한다. 각종 폭력 범죄 피해자와 가해자를 상담한다.



상고 졸업 후 한화그룹에서 8년간 일하다 결혼 후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됐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폭력적인 남편을 만난 그는 아들만큼은 좋은 남자로 키우고 싶었다. 그는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이겨낼 수 있었다. 그도 상처 입은 이들을 돕는다는 일념으로 여기까지 왔다.


관계교육연구소 손경이 소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통합폭력 예방 위촉 강사. 서울사회복지대학원대학 사회복지학과 석사 졸업-광운대학교 범죄학과 박사과정.

출처 : jobsN
성교육의 시작은 관계 맺기와 자기결정권


그의 명함에는 ‘젠더감수성강사’라고 적혀있다. 젠더란 생물학적 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젠더감수성이란 서로 다른 성별의 입장이나 사상에 대한 이해를 말한다.



"보통 통합폭력예방강사라고 부릅니다. 통합폭력은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성희롱을 가리켜요. 사람들에게 성교육이 익숙하기 때문에 과거에 성교육강사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통합폭력의 원인이 젠더감수성 격차로 인한 문제라서 요즘엔 이렇게 씁니다."



손 소장만의 강의 콘텐츠는 '성(性) 구구단'이다. 9과목 9단계를 뜻한다. 1~4단은 통합폭력 예방법을, 5단은 성평등 교육, 6~9단은 통합폭력 관련 특강이다. “예를 들어 1단 가정폭력 예방법과 9단 연애특강이 짝이고 2단 성희롱과 8단 조직문화가 짝입니다. 한 강연에서 1단과 9단을 섞어 들을 수도 있어요.”



급여를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지만 꽤 번다. 한번에 이룬 성과가 아니다. “2001년 무료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6개월 정도 수입이 없다가 이후 시간당 2만~3만원씩 받았어요. 몇년 지나 5만원, 8만원 10만원, 15만원 이런식으로 꾸준히 올랐습니다. 수입은 불규칙적이에요.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는 아예 강의가 없는 날이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구청 등과 계약해 활동하는 순회강사는 시간당 3만~5만원을 받는다.



사건 조사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직장에서 성희롱 사건이 일어났을 때 진상조사를 위해 외부위원단을 꾸린다. 변호사·노무사 등 다른 위원과 협업해 2차 가해를 막고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한다.


강의하는 모습.

출처 : 손경이 소장 제공
성교육은 육아에서 ‘최고 난이도’로 꼽힌다. 학교에서 본 낙태 비디오가 성교육의 전부인 부모들은 적절한 성교육을 몰라 방황한다. 손 소장은 성교육에 미숙한 부모들을 위해 두권의 책을 냈다.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과 ‘움츠러들지 않고 용기 있게 딸 성교육 하는 법’이다. 아들 손상민씨를 키우면서, 그리고 강의하며 얻은 노하우를 알려준다.



"뱃속 아이에게 '건강하게 태어나라'하고 말하는 것도 성교육이에요. 아들이라서 더 건강해야 하고 딸이라서 나오지 말라 하진 않죠.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자기가 의견을 스스로 말하도록 하는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를 위한다는 생각에 '이건 하지 마라', '이건 해라'하며 결정권을 박탈하면 안됩니다."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이 이것저것 질문할 때는 부모가 아는 선에서 답해준다. 중요한 건 아이가 질문했을 때 부모 입장에서 답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는 질문하고, 부모가 답해주는 것도 ‘관계 맺기’입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니'하고 역질문을 하고, 아이가 모르는 부분만 답해줍니다. 미리 많은 걸 알려주려고 해도 안되요. 내가 모르는 게 있으면 '그건 엄마도 알아볼게', '한번 같이 알아볼까'하면서 배워서 알려주면 좋습니다.”


손경이 소장 제공

꼴등 대기 강사에서 '다시 부르고 싶은 강사'로


고3이던 1988년 한화 경인에너지 경리로 입사했다. 일을 잘한다고 소문 나 1년 뒤 그룹 핵심부서인 경영기획실 인사팀에 발탁됐다. 신입·경력 채용, 승진 및 직원 고과 관리 등을 맡았다.



한양여대 의상학과에 입학해 학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했다. 하지만 학교에 가려면 6시 정시 퇴근을 해야 했다. 야근하는 동료들을 뒤로하고 나오기 쉽지 않았다. 경인에너지 신설부서인 주유소개발부 영업팀으로 이동했다. 좌천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인생 멘토를 만났다.



“당시 부서 차장님이 꼰대 문화를 깨부순 분입니다. 차장님을 보고 조직에서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어요. 제가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늘 배려해주셨어요. 퇴근 시간이 되면 학교에 가라고 성화였죠. 제게 '넌 여직원이 아니고 직원'이라 말했고, 커피 타오라 시킨 적도 없습니다. 회식 때는 후배들에게 술 따르라 하지 않고 자작 했습니다. 수직적인 문화와 꼰대 상사를 보고 ‘과거에는 다 그랬다’고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인품은 시대와 직급을 타지 않습니다. 리더가 마음먹으면 조직문화는 바뀔 수 있어요."



손 소장이 결혼할 때는 부서 직원들이 ‘결혼해도 계속 다니게 해달라’며 탄원서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의 반대로 퇴사해야 했다.



한동안 육아에 전념하다 아들이 세살 때쯤 백화점 의류매장에서 근무했다. 리바이스, 지오다노 매장에서 일했다. 재고를 싹다 팔고 진상 손님 응대를 잘해 우수사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만만치 않은 시집살이로 바닥까지 떨어졌던 자존감을 되찾았다. 하지만 머지않아 남편의 반대로 그만두어야 했다.



성교육전문가로 첫발을 디딘 건 아들이 여섯살 무렵이다. 유치원에서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생겼다는 말에 ‘직접 배워서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동네 엄마들끼리 공부방을 만들어 서로 자녀들을 가르쳐줬습니다. 제가 가정교사자격증이 있었어요.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구청에서 시민강좌를 들었습니다. 부모교육·대화법 논술 등을 배웠어요."



내친 김에 한국방송통신대학 교육학과 입학해 청소년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2002년 구청에서 모집하는 순회 대기 강사로 뽑혔다. 강사 10명을 뽑는데, 그가 10순위인 꼴등이었다. 1~8등 강사가 일정이 안맞으면 대타로 나가는 강사였다.


(왼쪽부터) 아들 손상민씨와 손경이 소장. 손 소장은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가서 성교육 강의를 했다. "아들이 성지식이 많다 보니 친구들에게 '변태'라며 놀림을 당했어요.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때 담임교사가 제게 전화를 해 '정말 성교육전문가가 맞으시냐', '와서 강의를 해달라'고 했죠. 대학교 때까지 성교육 강의를 하러 갔어요,"

“초보강사였을 때 아이들의 질문에 답을 못했어요. '아빠에게 성폭력을 당했어요', '옆집 형이 만졌어요'라며 강의 중에 물어보는데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피해자라 충격을 받았습니다. '낯선 사람이 만지면 소리를 질러라'하고 가르쳤는데 한 학생이 '선생님은 그런 상황에서 소리칠 수 있냐'고 묻더라구요. 애들 말이 맞았어요. 이후로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답을 주려 하지 않고 함께 토론하고, 역할극을 하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할까'하고 애들과 서로 의견을 말했어요.”



대기 강사로 시작했던 그는 1년 후 재계약을 할 때는 정식 강사가 됐다. 강사로 일하면서 장성중학교에서 무급 상담교사로 5년간 일했다. 아이들에게 강의법, 상담법을 배웠다. “첫 상담한 친구가 제게 '상담하는 법 9가지'를 알려줬어요. 우선 이름을 부르지 마라. 이름을 부르면 화부터 난대요. 이름 부르고 나서 하는 말이 잔소리나 벌주는 거 밖에 없으니까. 그 친구가 알려준 대로 하니 상담실이 아이들로 북적였습니다. 나중에는 월급 받는 정식 교사로 일했어요. 아이들이 하는 말이 '선생님, 저희 말고 나가서 어른들을 바꿔주세요. 바뀐 어른 보고 배울게요'라고 하더라구요.”



한달에 서너번 나갈까 말까 한 강의 수가 40~50회로 늘었다. 강연을 들은 보건교사가 다른 학교에 손 소장을 추천하며 입소문이 났다. 강연 대상도 학생에서 학부모와 교사로, 회사 직원과 임원으로 늘었다.


방송출연모습. tvN 어쩌다 어른,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MBC 판결의 온도 등에 출연했다.

출처 : tvN 어쩌다 어른, MBC 판결의 온도 영상 캡처
외상 후 성장할 수 있는 사회 만들고 싶다


그는 스물넷에 낯선 사람에게 성폭력 피해를, 결혼 후에는 가정폭력 피해를 입었다. 성폭력 가해자를 잡지 못해 사건은 미제로 남았고, 가정폭력의 경우 남편이 처벌받는 것으로 끝났지만 트라우마는 가정폭력이 컸다. 그는 10년 전 결혼생활을 마감했다.



“스물넷에 일어난 사건의 경우 2차 가해를 안당했어요. 처음에는 경찰서에 신용카드를 뺏겼다고만 신고했어요. 벌벌 떨던 제게 경찰분이 ‘돈이 아니라 몸 걱정하라’는 말부터 했죠. 그 말을 잊을 수가 없어요. 당시 CCTV도 없었고 몽타주만으로 범인을 찾으러 다녔어요. 경찰 2분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고생했습니다. 저도 주말마다 같이 찾으러 다녔어요. 9개월 후 사건을 마무리지었는데, 그분들이 그렇게 노력하시는 걸 보고 포기할 수 있었어요.



오히려 가정폭력을 신고했을 때 2차 가해를 입었죠.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차에 태우려고 했어요. ‘아줌마가 드세니까 맞았지’라는 말도 듣고요. 다행히 무료 변론을 해준 변호사분과 제대로 판결해준 판사님 덕분에 잘 해결했지만, 상처는 남았습니다.”



광운대학교대학원 범죄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외상 후 성장(PTG)센터’도 준비하고 있다. 피해자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피해자였지만 상처를 극복한 8~9명의 위원이 모였다. 어떻게 상처를 치유했는지 이야기를 공유해 모두가 ‘외상 후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피해자 잘못’이라는 피해자 중심주의 프레임을 깨고 정상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는 ‘대리 외상’이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피해자 가족, 목격자, 경찰 등 제 3자들이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요. 남의 일이 아닌 내 일로 받아들입니다. 공감능력이 높은 분들이 대리 외상을 겪습니다. 심각하면 전문가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대리 외상을 겪는 분들도 자신의 아픔을 드러낼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함께 아파하는 분들이 있으면 피해자가 상처를 치유할 가능성도 높아질 겁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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