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좋은 남자’로 키우려면⋯ “엄마표 성교육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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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명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52회 작성일 19-03-12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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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만큼은 정말 ‘좋은 남자’로 키우리라.”

17년째 성교육 전문 강사로 활동하는 손경이(48·사진) 관계교육연구소장은 23년 전 갓난쟁이 아들을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이 같은 다짐을 되뇌었다. 아들을 둔 엄마라면 누구나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는 조금 달랐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여자란 이유로 입을 꾹 다물어야 할 때가 잦았다. 한창 꽃다운 20대 초반엔 낯선 남자에게 며칠간 납치·감금된 채 성폭력을 당했다. 이후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시작한 결혼생활은 남편에 의한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아들이 중학생이 되던 해 결국 파경을 맞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버지나 남편 등 여태껏 제가 살면서 만났던 남자들은 참 별로였어요. 그래서인지 제 아들만큼은 그 누구보다 건강한 성(性) 의식을 가진 남자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먼저 엄마인 저 자신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아이 눈높이 맞는 성교육 중요⋯ ‘소통’이 핵심

손 소장은 아들이 다섯 살 무렵 ‘부모 교육법’ 공부를 시작했다. 이 가운데서도 그는 성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아들을 일명 ‘좋은 남자’로 키우기 위해서는 엄마가 먼저 아들의 성을 이해하고, 아이 역시 엄마를 통해 여자의 성을 존중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성교육은 앞으로 성평등 의식이 점점 더 강해질 미래를 살아갈 아들에게 무엇보다 꼭 필요한 교육”이라며 “아들을 가르치기 이전에 제가 먼저 다른 성별의 입장이나 사상 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아들의 눈높이에 맞는 성교육을 시작했다. 그가 택한 첫 번째 방법은 바로 ‘소통’이다. 아들이 유치원생 시절부터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몸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해주고, 얼토당토않은 질문에도 끝까지 들어주고 답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 처음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생겼을 땐 같이 잘 어울려 놀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했다. 그는 “성교육은 단지 성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닌 ‘관계’에 대한 교육이 핵심”이라며 “사회적 차원에서 어느 특정 시기에 반짝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부모가 아이가 어릴 적부터 소통을 통해 지속적으로 꾸준히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교육은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서도 쉽게 할 수 있어요. 예컨대, 엄마가 어린 아이에게 스킨십할 때 ‘우리 아들, 엄마가 뽀뽀해도 될까’라고 먼저 허락을 구하는 거죠. 이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자연스레 익힐 수 있어요. 평소 부모가 아이의 몸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 모두 성교육의 일환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