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언론
[신문] [채널예스] 말하기특집 손경이가 말하는 강연 잘하는 법
작성자 최고관리자 | 등록일 2020-05-10 01:13:12 | 조회수 2,139회 | 댓글수 0건 |
링크 #1 http://ch.yes24.com/Article/View/36382 | 클릭수 1644회 |
파일 #1 bcb016d4c806999620ed73535fe09fae.jpg | 첨부일 2020-05-10 01:13:12 | 사이즈 99.8K | 다운수 33회 |
성교육 강사로 활동 하고 있어요.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아이와 친구처럼 오랫동안 관계 맺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러려면 소통이 잘 돼야겠다 싶어서 아이가 어릴 때부터 대화법도 배우고 심리치료도 배우고 여러 가지를 배웠죠. 대화가 잘 되다 보니 성 얘기도 하고 되고 하다 보니 제가 재미있어서 관심을 갖고 배우게 됐죠.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아들과의 대화 방법이 궁금해지네요.
저는 먼저 아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어요. 큰 게 아니라 작은 것부터 해결해 주면서 마음을 샀어요. 엄마한테 말하면 풀리는 구나, 다 해결 되는구나, 엄마는 내 편이구나 하는 마음을 심어 주려고 했어요. 그래서인지 우리 애는 24살인 지금까지도 고민이나 문제거리가 있으면 저한테 얘기를 해요. 그 반대도 필요해요. 제가 힘들고 고민이 있으면 저 역시 가장 먼저 아들한테 얘기해요. 왜냐면 제가 말을 했어요. 사람은 마냥 행복한 사람은 없다고 힘든 날은 훨씬 더 많다고. 너랑 나랑은 가족이니까 힘든 건 서로 알고 안아야 한다. 힘든 얘기를 서로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래서 나부터 힘든 얘기를 해요. 사람들을 보면 엄마 아빠가 힘든 얘기를 하지 않아요. 저는 그것도 소통의 부재인 것 같아요. 힘든 걸 얘기해야 ‘엄마도 이걸로 힘들어? 내가 몰랐네?’ 생각을 하죠. 저는 힘든 얘기를 해야만 친구 같아요.
강의를 시작한지는 얼마나 됐나요?
17년 정도 됐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이쪽 강의에 관심을 갖거나 돈을 지불하거나 시간을 내주지 않았어요. 다들 동영상 강의를 듣거나 아예 안 듣거나. 다들 대학 잘 가는 것 이런 쪽에만 관심이 있었죠. 그래서 먹고 살기 힘들었어요. 하하. 알바수준으로 하는 정도였죠. 그런데도 계속 끌려서 이어가고 있었는데, 한 7년 전쯤 전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갔을 때 대변인 사건이 터졌잖아요. 그때 좀 폭발적이었다가 강남 살인사건 났을 때 엄청나게 커지고 확산되고 그러더라고요.
강연을 잘 하기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은 뭔가요?
듣는 걸 게을리 하지 않았어요. 강연이 끝나면 찾아오는 분들이 그 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다음 강연 때 꼭 반영을 하죠. 몇 년 전에 대학 강연를 갔는데 첫 강의 후 학생들이 적어 준 메모를 봤어요. 강연의 장점과 단점들이 적혀 있었는데 그걸 모두 읽고 두 번째 강연 때 피드백대로 다 바꿨어요. 강연 준비를 돕는 학생이 그러더라고요. 멘트까지 다 바꾸는 강사는 처음 봤다고요. 또 저는 직접 말하는 사람들의 말을 많이 들어요. 댓글 같은 건 진심이 아닐 수도 있지만 직접 와서 눈을 보고 얘기하는 건 그럴 리가 없거든요. 직접 찾아온다는 건 그만큼 간절하다는 거예요. 상대도 시간을 냈으니 저도 시간을 내서 들어야죠.
다른 사람의 강연도 많이 들으러 다니신다고요.
진짜 많이 들으러 다녀요. 제가 말하는 거에 두세 배 이상은 들으러 가요. 말하는 직업이다보니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아야 하고 참고하고 공부해야 할 것들도 많죠.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에요. 또 자꾸 듣다 보니 알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눈 높이를 맞추는 말, 이해가 쉬운 말들이 어떤 건지 참고가 돼요. 솔직히 입은 하나 귀가 두 개인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귀가 세 개’라는 말을 듣나봐요.
그 말은 상담할 때 나온 말이에요. 아이들이 그러더라고요. 우리가 마음을 얘기하지 않아도 선생님은 들리는 것 같다고. 숨기고 싶었는데 숨기고 있는 것까지 보는 느낌이라고요. 보통 어른들은 귀가 두 개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대요. 우리가 얘기를 해도 못 알아 듣는데 선생님은 한 마디를 하면 두 가지를 찾아낸다면서 ‘선생님은 귀가 하나 더 있죠?’ 그러더라고요. 기분이 묘하게 좋았어요. 귀가 세 개인지 두 개인지 모르겠지만, 잘 듣는 귀 덕분에 제가 여태까지 살아 남았고 강의도 더 발전한 것 같아요.
촬영할 때 보니까 이해가 안 가면 바로바로 물으시는 편인 것 같아요.
질문이 많아요. 전 묻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질문을 해야 다른 사람의 의견을 알 수 있고 다름을 찾을 수 있죠. 질문하는 습관이 몸에 밴 것 같아요. 다른 사람 얘길 듣지 않으면 제가 강연을 못할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해요.
성에 대한 이야기가 쉽지는 않잖아요. 피하는 주제이기도 하고.
성을 얘기하면 다들 피해요. 다들 폐쇄적이고 말하기 싫어하는 주제예요. 그럴 땐 ‘라포’ 형성이 먼저예요. 라포는 상담할 때 쓰는 용어인데 친밀감 같은 걸 이르는 표현이에요. 그게 먼저 형성이 돼야 솔직한 자기 얘기가 나오죠. 그래서 강연할 때는 친해지려는 노력을 먼저 해요. 제 얘기도 살짝살짝 하고 잘 얘기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영상을 모델로 보여줘요. 서서히 다가가기 위한 노력들을 해야 해요.
어려운 주제일수록 사람들과의 교감이 더 필요하겠죠?
네. 그래서 라포가 잘 형성돼야 해요. 저는 또 강연 중에 잘 울어요. 강연을 하고 있으면 두 세분이 훌쩍훌쩍 우는 소리가 들려요. 마음으로 우는 게 보여요. 숨기려는 표정이지만 토끼눈이라고 해야 하나? 울면 안되고 표현은 되고 다들 내가 당사자인 것 같고. 한 번은 30명 정도 듣는데 눈 60개가 그런 토끼눈이더라고요. 마음이 애잔해지고 저도 감정이 실려서 저부터 울었어요. 여기서만큼은 마음 편히 울게 해주고 싶었고 사람들도 다 울었었죠. 그 때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그들 마음 속에 내 얘기가 들어갔구나 싶었죠.
강연할 때 피해야 할 말하기는 무얼까요?
듣는 걸 강요하는 게 저는 불편해요. 요즘은 많진 않은데 옛날에는 떠들지 마라, 똑바로 앉아라,잘 들어라, 학생은 무조건 듣는 거다 강요를 많이 했어요. 저는 그게 너무 싫더라고요. 저는 마이크를 붙잡고 이랬어요. 여러분 많이 힘들죠? 어차피 흘러가는 시간은 똑같아요. 40분이든 60분이든 시간 흘러가는 건 똑같은데 그 시간 나한테 투자하면 안되겠냐고 했어요. 인터넷도 재밌고 친구랑 떠드는 게 더 재미있겠지만 나 또한 사람인지라 자꾸 그게 보이면 많이 힘들다고 도와줄 수 있냐고 부탁을 했어요. 그러면 애들이 ‘네’라고 대답하고 진짜 도와줘요. 전 도와달라는 말을 많이 해요. ‘같이 읽어 볼까요? 도와줄까요? 한번 말해 줄 사람?’ 은연중에 튀어나와요. 주의할 점도 있는데, 실수 할 때가 있어요. 말을 하다보면 실수를 하는데, 그걸 빨리 알아차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인정하고 사과해요. 한 번은 강연 한 학생이 손을 들었는데 남학생인지 여학생인지 헷갈리는 거예요. 어머 남학생 일어나요 그랬는데 여학생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이건 내가 실수한 거다. 이 학생이 실수 한 게 아니다. 머리가 짧든 길든 남자 여자로 국한 시킨 건 내가 잘못한 거니 내가 사과하겠다. 바로 사과했더니 애들이 웅성웅성 하더라고요. 저도 편견 많아요. 자꾸 깨우쳐야 해요.
강연에 대해 불신하는 목소리도 있어요. ‘강연 때 뿐이다. 가짜다’ 하는.
저 역시 그렇게 비쳐질 때가 있을 거예요.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런 말이 나오는 건 일관성이 부족해서예요. 이중성 때문이죠. 지금의 미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미투의 핵심은 이중성이 들켰다는 거예요.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위치가 똑같아야 하는데, 강자한테 잘하고 약자한테 못했던 이중성이 드러나는 거죠. 강연도 강 안과 밖이 같아야 하는데 강연 중에는 ‘아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합니다’ 그래놓곤 본인부터 대화가 없다면 신뢰가 떨어지는 건 당연해요.
결국 솔직한 말하기가 필요하네요.
제가 강연 초창기 때 한 초등학교에서 성폭력 예방 강연을 했어요. 강연 중에 5학년 아이가 손을 딱 들더니 선생님 피해자 몇 명 만나보고 와서 강의 하는 거냐고 묻더라고요. 다른 애들이 모두 쳐다보고 있었고 솔직히 많이 만나봤다고 거짓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애가 다시 한번 내 눈을 보더니 솔직하게 말하라고 하더라고요. 그 눈빛과 ‘솔직히’라는 말은 지금도 귀에 박혀 있어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TV에서 딱 두 개 봤다고. 강연 이후 많이 힘들었어요. 난 강사가 아니야 못하겠다 그러면서 6개월간 쉬었어요. 처절하게 고민하고 준비하고 나서 다시 시작했는데 기적 같은 일이 뭐냐면 들리는 거예요. 귀가 세 개처럼 가만히 있는데도 들리는 거예요. 가만히 있는데도 쟤는 뭔가 경험이 있는 거 같다 느낌이 오는 거예요. 살짝 ‘너 요즘 힘드니? 질문할 거 있니?’ 물어보면 그래요. ‘선생님 실은 강의 중에 내 얘기가 너무 많았어요. 저예요!’ 순간 수없이 많은 애들이 눈에 들어 왔어요. 그때 그 아이가 많이 듣고 와서 말하라고 했던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힘들고 꺼리는 주제이지만 계속해서 강연을 하시는 이유는 뭘까요?
제가 강연을 하는 목적은 하나예요. 인품이 권력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거예요. 직급이 권력이 되고 성별이, 나이가, 지역이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많이 보는데 전 인품이 힘이 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10대 20대에게 물어보면 존경하는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고 우리도 괜찮은 10대 20대가 있었으면 좋겠잖아요? 그래서 남녀노소 인품이 권력이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강연을 하다보니 어느새 그게 꿈이 됐어요.
이전글 [한국일보] 자녀와의 건강한 섹스토크, 그게 뭐 어때서? |
다음글 [경기일보] 때리는 것만이 가정폭력 아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