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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한국일보] 자녀와의 건강한 섹스토크, 그게 뭐 어때서?
작성자 최고관리자 | 등록일 2020-02-24 23:04:08 | 조회수 1,985회 | 댓글수 0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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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0 04:40 출처참고
엄마와 아들의 솔직한 대화
# 엄마 손경이 관계교육연구소장
딸에게 초경 파티 해 주듯
아들 첫 사정 때 ‘존중 파티’ 열어줘
케이크 사고 핸드폰도 선물
자위예절까지도 가르쳤어요
# 대학생 아들 손상민씨
대화 나눌수록 이해 폭 커져
야동ㆍ자위도 터놓고 얘기해
음란물 함께 보며 문제점 파악
성적 자기결정권 중요성 배웠어요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손경이(48) 관계교육연구소장은 아이와 마주앉아 진지하게 ‘존중파티를 열어 주겠다’고 설명했다. “네게도 그날이 오면 엄마가 파티를 열어 축하해 주고 선물도 줄 거야. 넌 선물로 뭘 갖고 싶어?” 뭣 모르는 소년의 눈을 반짝 빛나게 한 이 낯선 파티의 정체는 ‘아들의 첫 사정을 축하하는 행사’다. 딸의 첫 월경을 축하하는 ‘초경 파티’가 아이들의 자존감, 성인식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데, “왜 남자 아이를 위한 파티는 없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진 게 시작이었다. 베테랑 양성평등교육, 성교육 전문가인 손 소장은 15년 전 성교육을 위해 찾은 한 학교에서 아이들의 투표를 거쳐 이 행사를 ‘존중파티’라고 작명한 후 그 홍보대사이자 전도사가 됐다.
“우리 아이에게도 일찌감치 설명해 준 거죠. 제가 중1 때 아버지가 열어 준 초경파티에서 축하받았던 일이 기억에 깊이 남아 있거든요. 당시엔 마냥 부끄러웠는데, 금반지 선물을 받고선 ‘아 이게 좋은 일, 축하받을 일이구나’하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이 좋은 걸 딸들만 받으면 안 되잖아요.”
받고 싶은 선물로 휴대폰을 꼽은 아들이 학수고대한 파티를 열 수 있었던 것은 그로부터 5년 뒤였다. 여느 집 아이들처럼 당황하거나 화장실로 몰래 직행하기는커녕, 그 길로 이 기쁘고 복된 소식을 자랑스레 엄마에게 알린 것은 당연지사. 손 소장은 “기쁜 이 날을 기념영상으로 남기자며 촬영도 하고, 같이 케이크도 사고, 핸드폰도 고르고, 관련한 설명이 나온 성교육 책의 대목을 함께 읽으며 설명도 해 줬다”며 “그러다 보니 자신이 겪은 신체 변화에 대해 하루 종일 엄마와 수다 떠는 것에 거부감이 없더라”고 회고했다. “처음부터 성 문제에 대해 바로 알고, 감수성이 높은 아이들은 드물어요. 건강하게 대화하고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 중에 높아지는 거죠.”
존중파티 동영상을 모든 집에서 찍는 줄 알았다는 상민씨의 넋두리에 손 소장은 "남들이 그 집은 51세기냐고 한다"며 웃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대한민국 부모들에게 성교육은 최고난도 육아 스킬이다. 초고속 인터넷과 진화하는 스마트 기기는 각종 음란물 역시 초고속으로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건강하게 키운다는 것은 전쟁 대비를 방불케 한다. 아이가 엉뚱하고 예상치 못한 질문을 투척하거나, 비밀스러운 행동을 들켰다거나, 음란물 시청 장면을 목격이라도 하는 날엔 적잖은 부모들의 머리는 백지 상태가 된다. “올 것이 왔구나”하고 씁쓸했다가 대견했다가 부모부터 심적으로 방황하랴, 절묘한 답을 찾아 눈동자를 굴리랴,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지 몰라 얼굴을 붉히랴, 괜한 소릴 한 건 아닌가 자책하랴, 현기증은 기본이다.
이런 난제 중 난제를 남다른 주관으로 풀어낸 ‘앞서 간’ 이들이 있다. 적절한 선을 지키면서도 솔직하게, 사실적으로 성이라는 복잡 미묘한 주제를 가르치기 위해 각종 파티, 대화법, 교육철학 등도 총동원한다. 속 시원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성 문제에 있어서도 자녀의 믿음직한 조력자가 된 대표적인 인물이 손경이 소장이다. 10여년 전부터 아들을 위한 ‘존중파티’ 개념을 설파해 온 손 소장과 아들 손상민(22)씨가 최근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에 함께 출연해 가감 없는 ‘섹스 토크’를 선보인 영상은 유튜브에서 최고 19만7,100뷰를 달성하며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8일 한국일보에서 만난 손 소장과 상민씨는 “어느 날 갑자기 성에 대해 터 놓고 말하게 된 게 아니라, 서로 안의 모든 고민을 터놓고 대화하는 사이로 지내다 보니 그 주제가 성으로까지 나아가게 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무원, 교사, 정치인, 기업가 등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에게 양성평등교육, 성교육을 하는 손 소장이지만, 처음부터 아들과의 대화에 능통했던 것은 아니다. 스스로 “나쁜 엄마였다”고 고백할 정도. “잘하고 앞서 가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보니, 강압적으로 지시하고 억누르기도 하다 어느 순간 말이 안 통하니 반성을 하게 됐어요. 아이가 6세 때 구청에서 ‘대화법’ 강의를 들었던 걸 떠올리며 꾸준히 대화법에 대해 파고든 게 시작이에요.”
일단 화가 나면 “너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나?”하고 윽박지르기보단, 내가 유발한 문제인지 아이만의 문제인지를 돌아보고, 나를 주어로 말을 건네는 ‘나 전달법(I-message)’을 사용한다는 등 몇 가지 원칙을 지키기 시작하자 아이와의 관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상민씨는 “늘 사이가 좋았다고 할 순 없지만 싸워도 곧 화해하고, 부딪힐수록 오해는 줄고 이해의 폭은 넓어지는 상황이었다”며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나중에 야동이나 자위에 대해서도 먼저 엄마와 터놓고 이야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늘 유치원에서 선생님이랑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학교에서는 뭘 배웠는지, 놀이터에선 누구랑 놀았는지 등 시시콜콜 한 대화를 편하게 나누던 것이 결국 성에 대한 고민 상담으로 까지 이어졌다"는 두 사람은 여전히 이틀에 한 번 꼴은 싸우고 화해하는 평범한 모자이기도 하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주변에선 흔히 야동으로 성교육을 받아요. 그렇게 해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배울 길이 없는데도요. 학교 성교육 시간에는 임신, 피임에만 집중하잖아요. 오로지 임신을 위해서만 섹스를 한다는 듯이요. 그러면 남겨진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죠. 누군가의 솔직한 설명이 필요한 거거든요.”(상민씨)
“이런 의문이 있는 아이들에게 ‘성관계는 임신, 또는 쾌락을 위해서도 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나를 또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해요.”(손 소장)
쾌락을 부정하지 않되 ‘존중’을 제 1키워드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한 덕에 상민씨의 감수성은 남다르다. 성폭력 피해자 입장에 대한 설명 등을 꾸준히 하다 보니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이해의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관계 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 성적 자기결정권, 파트너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모두 중요한데, 오로지 내 욕구에만 집중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한마디로 ‘뒤틀린 성욕’이잖아요. 상호 존중의 범위 내에서 자기결정권을 발휘하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건데요.”
한창 음란물에 대한 관심이 컸을 때도 손 소장은 차라리 몇 편을 함께 보는 편을 택했다. 본 후에는 ‘저걸 누굴 위해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실제라면 정말 여자도 좋았을까’, ‘어떤 느낌이 들었어’ 등의 질문을 해 가며 세밀한 분석시간을 가졌다. “아들이, 혼자 볼 때는 죄책감이 들었는데, 친구들과 보다 보니 무뎌진 것 같다고. 이렇게 이야기를 해 보니까 왜 폭력적인 건 그만 봐야 하는지 알 것 같다고 스스로 말하더라고요.”
절대 음란물에 접근할 수 없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이거나, 아이의 월경, 사정 등을 못 본 채 어물쩍 넘어가는 것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위원회와 보건위원회가 7월 전국 초등 6학년생 1,524명에게 한 설문조사 결과 음란 동영상이나 사진, 영화 등을 본 적 있는 답은 25.5%에 달했고, 3학년 이전에 접했다는 학생도 15%나 됐다. 대다수는 성교육을 받지만 월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학생은 47.6%, 몽정은 56.8%에 불과했다.
때로는 “엄마도 모르는 게 많아, 같이 공부하며 커 가자”고 말한다는 손 소장은 이제 스무 살 넘은 아들을 대화 상대이자 인생을 공부하는 동료로 여기고 허심탄회하게 성(性)스러운 대화를 나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에게 신조어도 배우고, 계속 같이 성장하는 것 같아요. 아이 한 칸, 나 한 칸.”(손 소장) “성이라는 것 자체가 일상에 녹아들어 대수롭지 않은 주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공들여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별스럽지 않게 인생 일부로 받아들이면서요.”(상민씨)
황진철 대한비뇨기과의사회 대외협력이사는 일상에서 아무리 사소한 결정도 아이의 의사를 묻는 것으로 '자기결정권'의 개념을 교육한다. 김주은 인턴기자8, 6, 5세 남매들의 아빠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인 황진철(41) 대한비뇨기과의사회 대외협력이사의 성교육 철학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법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사소한 것도 아이들의 동의를 구하는 대화법으로 성교육을 시작했다. 예컨대 경상도 출신의 황 이사 부친이 5세 막내 아들의 고추를 만지려는 상황에서 그가 출동한다.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하고 싶으신데, 그래도 네가 싫으면 그건 안 돼. 네 생각은 어때?” 돌아오는 아들의 대답은 단호히 “아빠 (그건) 싫어”다. 부친의 허탈한 웃음을 보면서도 “아버님 정말 죄송하지만, 그건 안 됩니다. 아이가 원치 않습니다”란 결론을 전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말과 이론이 아닌 삶과 행동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사실 아이가 좋고 싫음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성장시키는 게 부모입니다. 스스로 유해정보를 필터링하는 능력, 자제하고 절제할 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의 행동을 제지하고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는 인성교육의 틀 안에서 성교육을 해야 해요.”
그래서 그가 교육을 하는 대상은 부모다. 기회가 닿는 대로 유치원을 찾아 젊은 부모를 대상으로 성교육 강의를 하고 있다. 황 이사는 “젊은 부부, 부모들이 잘 알아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란다”며 “성교육의 중심은 결국 아이와 가장 친밀한 부모가 쥐고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부모 교육에서 강조하는 것은 “영유아라 하더라도 성과 관련된 질문은 얼버무리지 말고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이사는 또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만큼이나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선을 긋는 ‘좌절의 경험’도 중요한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내가 원하는 걸 다 가질 수는 없다, 나와 남은 다를 수 있다고 인정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욕구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이들이 나중에 성추문에 휩싸이는 어른이 될 수 있는 거죠.”
소셜 벤처기업 인스팅터스 박진아(25) 대표는 현실성도, 성 감수성도 떨어지는 우리나라 성교육의 한계를 사업을 통해 스스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 인스팅터스는 흔히 성인용품과 함께 팔리는 바람에 성인 인증에 걸려 미성년자가 콘돔을 사기 어려운 현실에서 착안한 기업으로, 성인 인증 없는 온라인 판매(이브콘돔), 청소년용 자판기 설치 등 사업을 벌이고 있다.
“초기에는 ‘어린 애들에게 관계를 조장하는 거냐’는 시선이 많았는데 분위기가 조금씩은 바뀌어가는 것을 느껴요. 사실 생식기관을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지키는 것, 피임하는 방법, 성관계 전에 기초가 돼야 할 상호 합의, 윤리, 감정적 호혜성 등이 모두 중요한데, 오히려 정보 자체를 차단하는 데만 급급한 게 현실이잖아요.”
실제 여성가족부의 ‘2014년 청소년 유해환경 접촉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성관계를 맺고 있는 청소년 중 피임을 한 경우는 39%에 불과했다. 9.1%가 성 질환에 감염됐고, 여학생의 8%가 임신을 경험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인스팅터스는 올 초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콘돔 자판기를 전국 5곳에 설치, 식물성 원료만 사용한 친환경 콘돔을 10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고, 판매수입은 서울시립청소년건강센터 ‘나는 봄’에 기부한다.
박 대표는 “나와 상대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청소년기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런 기초적 사실은 외면한 채, 성을 부정적으로만 다루는 현실이 조금씩 개선돼 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것은 무작정 통제하고 피하기보다 직면하고 마주하는 것이다. “본능적 욕구를 부정하지 않되 존중을 가르치는 것은 결국 부모들이 해야 해요. 저는 자위 예절까지 가르쳤어요. ‘부끄러운 건 아니지만 문은 잠그고 위생은 이렇게 챙겨라’ 이렇게요. 남들이 그 집은 무슨 51세기냐고 하지만 그래야 어떤 일이든 건강하게 부모와 상의할 수 있어요. 그렇게 같이 부모도 아이도 성장해 나가는 거죠.” (손경이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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