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 이름도, 피임도 빼라…한국 성교육 10년째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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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명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1회 작성일 26-08-08 14:56본문
“밤늦게 다니지 마라. 화장을 진하게 하지 마라.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큰 소리로 외쳐라.” 익숙한 성교육 지침입니다. 초보 강사이던 손경이 관계교육연구소 대표는 이게 맞나 싶었습니다. “어른이던 나도 (성폭력 상황에서) 소리를 못 질렀는데 애들한테 지르라고? 그 상황이 성희롱인지 성폭력인지도 모를 텐데.”
손 대표는 대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남학생들은 아주 자신만만했습니다. “태권도를 배웠으니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거기’를 발로 차면 된다”는 식이었습니다. 여학생들은 달랐습니다. “다리에 힘이 빠져 그냥 주저앉을 것 같아요.”
울먹이며 성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놓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놀이터에서, 학원에서 누군가에게 추행당한 일. 아빠의 성폭력, 학교 교감 선생님의 성폭력. 손 대표는 이후 교육의 방향을 피해자 예방에서 가해자 예방으로 전환했습니다. “가해자가 없으면 피해자도 없다”가 그의 성교육 철학입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성교육 현장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고 두 사람은 우려합니다. 은하선 칼럼니스트는 최근 성교육 강사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성교육을 하는데 ‘성’ 말고 다른 단어 없냐고 했대요. ‘관계’란 단어를 쓰면 ‘성’을 떠올리니까 그것도 쓰지 말아 달라고요. 그럼 뭐 어쩌라는 거야?”
‘젠더’, ‘성평등’, ‘음경’, ‘음순’도 금기어랍니다. 피임 교육도, 성폭력 관련 내용도 빼달라는 요구가 빗발칩니다. 학생들은 궁금해하는데, 극구 반대하는 건 학부모와 교사입니다. 손 대표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어른들은 도대체 무엇을 무서워하는 걸까요.”
10년 전보다 한국 사회의 성 담론이 후퇴했다는 두 사람의 지적도 새겨들을 만합니다. 유튜브엔 성 콘텐츠가 넘쳐나지만, 한국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에는 큰 진전이 없다며 우려합니다.
은하선 작가는 말했습니다. “10년 전에는 섹스에 대해 관심도 많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지금은 섹스와 관련된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혼란스러운 것으로 여겨져요. 섹스 이야기를 오히려 뒤로 숨기는 혼란기예요.”
손 대표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미투 운동 이후 성폭력 예방은 앞질러 갔는데, 성교육은 그때보다 더 뒤로 갔어요. 같이 가야 하는데 한쪽만 앞으로 갔죠.”
앞으로의 10년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희망을 이야기했습니다. “더 많이, 더 편하게 섹스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연애에서부터 관계 이야기, 자기 욕망 이야기를 편하게 하는 세상이 됐으면 합니다.” (은하선 작가)
“늙어 죽을 때까지 (성교육) 강의를 하고 싶어요. 더 좋은 대한민국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손경이 대표)
성교육 현장의 현실과 두 사람이 그리는 앞으로의 10년에 대한 이야기는 유튜브 채널 ‘호호탕탕’ 2부 영상에서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호호탕탕’ https://www.youtube.com/watch?v=A42JtUjaHtY
출처 : 여성신문(https://www.womennews.co.kr)
